표지만 보고 재미없는 책이라 속단할 사람들이 많을까봐 안타깝다. 펼쳐보면 칼라사진도 많고 꽤나 화려한 책인데, 왜 저렇게 무난하다 못해 촌스러운 표지를 선정했는지 모를 일이다. 책 크기는 일반 책보다 좁아 토트백에도 쏙 들어가는 크기이고, 내용 또한 트렌디하다면 트렌디한 책인데...저 표지는 참 매력적인 부분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제목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패러디 같아 보이는데, 흥미를 일으키기는 커녕 유명한 책의 인기에 묻어가려는 아류작의 냄새를 풍기니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밖에.출판사와 디자인에게 따져묻고 싶다. 대체 왜 그랬는지;;
이 책은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그들이 본 서울에 대해 인터뷰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다양한 도시에서 온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각기 보고 느낀 서울이라는 건, 분명 흥미로운 주제이다. 뉴욕이니, 파리니 해외도시의 여행도서만 즐비하던 서점가에 최근 우리 도시 서울에 대한 책들이 나오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고, 한국인이 보는 서울이 아닌, 외국인이 느끼는 낯선 도시 서울에 대한 이야기니 분명 흥미롭고 재미있다.
'한국인은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실까' 처럼 예상할 수 있는 흔한 이야기도 있지만, 생각 밖의 부분에서 의외성이나 매력을 느끼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귤모양으로 생긴 용기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보고 신기해한다든지, 연탄 보일러 주택에 매력을 느낀다든지 하는. 싸이월드와 자동차에 놓인 십자수 쿠션(주로 연락처가 수놓아진)으로 현대 한국인의 정체성을 파악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아마 외부의 시선에서 보면 그런 것이 더 잘 보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다 말해버리면 재미가 없을테니 말을 아껴야겠다.)
난 잠시 서울에 살다가 다시 고1 때 시골로 전학을 왔다. 고작 1년을 서울에서 살다 왔지만 그런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동급생들은 '서울 아이'가 전학 왔다며 우리반에 구경을 왔었다. 아마 황순원의 <소나기> 쯤에 나오는 '서울 소녀'를 기대했던 아이들의 눈에는 실망의 눈빛이 가득했다.(웃음) 창백하고 마르고 갸냘픈 그런 아이를 상상했던 모양이다. 사실 같은 나라 안에 살면서도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 채 추상적인 이미지와 선입견만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들이 서울에 간다면 아마 자신의 선입견과 서울의 진짜 모습 사이에서 약간은 헤매게 될 것이다. 그 정도는 외국인들보다는 심하지 않을지라도.
이 책은 나 같이 서울에 살지 않는 사람에게는 서울의 이색적인 측면들을 소개해준다. 또한, 서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흔하게 지나쳤던 풍경들에 대한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아하~' 하고 공감을 일으킬만한 흥미로운 책임에 틀림없다. 서울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전통과 개발의 기로에 서있는 도시 디자이너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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